오늘은 기능 하나를 고쳤다.
겉으로 보면 아주 사소하다.
혈압 카드에서 ‘기록하기’를 눌렀을 때, 혈압 기록 화면이 제대로 보이게 만든 것.
그런데 이 작업을 하면서 다시 한 번 확신했다.
좋은 앱은 기능이 아니라 ‘의도’를 기억하는 도구여야 한다는 것.
사용자가 왜 이 버튼을 눌렀는지, 끝까지 잊지 않는 것.
문제는 늘 조용히 시작된다
대시보드에는 이런 카드가 있었다.
- 혈압
- 혈당
각각 “기록하기” 버튼이 붙어 있다.
당연히 사용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아, 혈압을 기록해야지.”
그런데 버튼을 누르면 나타나는 화면은
“오늘의 컨디션은 어떠신가요?”
틀린 화면은 아니다.
하지만 맞는 화면도 아니다.
이 순간, 사용자의 머릿속에서는 작은 어긋남이 생긴다.
- 나는 혈압을 기록하려고 왔는데
- 앱은 나에게 오늘 기분부터 묻는다
이 어긋남이 쌓이면,
앱은 점점 “귀찮은 관리 도구”가 된다.
해결은 거창하지 않았다
페이지를 새로 만들지도 않았다.
DB를 바꾸지도 않았다.
AI를 붙이지도 않았다.
단 하나만 했다.
“이 버튼이 왜 눌렸는지”를 끝까지 기억하게 만들었다.
핵심 아이디어는 이것이다
- 혈압 카드에서 들어오면 →
type=blood_pressure - 혈당 카드에서 들어오면 →
type=blood_sugar
그리고 같은 화면이라도,
- 제목이 달라지고
- 해당 입력 영역이 살짝 강조되고
- 안내 문구가 바뀐다
그뿐이다.
하지만 사용자는 이렇게 느낀다.
“아, 앱이 내가 뭘 하려는지 알고 있구나.”
파라미터 하나가 사용자의 마음을 이어준다.
바뀐 건 화면이 아니라 태도다
이전
- 버튼을 누르면 → 모두 같은 화면
- 사용자의 맥락은 리셋
- “일단 여기서 알아서 해봐” 느낌
이후
- 버튼을 누르면 → 의도가 이어진 화면
- “혈압 기록하기”, “혈당 기록하기”
- 강조는 있지만 강요는 없다
이 앱은 여전히 말하지 않는다.
- ❌ “이렇게 해야 합니다”
- ❌ “정상 범위입니다”
- ❌ “경고!”
대신 이렇게 말한다.
“아, 이거 기록하러 오셨죠?
여기 있습니다.”
이게 왜 중요한가
나는 지금 건강 앱을 만들고 있지만,
사실은 기억을 보조하는 도구를 만들고 있다.
아픈 몸으로 살다 보면,
우리는 자주 이런 상태가 된다.
- 뭘 하려고 했는지 잊고
- 왜 이 화면에 왔는지 헷갈리고
- 결국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앱의 철학은 단순하다.
기억이 흐릿해져도,
의도만은 사라지지 않게.
이 앱이 지키려는 단 하나의 약속.
오늘의 기록
오늘 고친 것은 버튼 하나의 동선이었지만,
내가 다시 확인한 건 방향이었다.
- 관리가 아니라 동행
- 판단이 아니라 존중
- 기능이 아니라 맥락
이런 작은 정렬이 쌓이면,
이 앱은 언젠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불릴지도 모른다.
“나 대신 기억해 주는 친구 같은 앱”
오늘은 그 방향으로
한 발짝만 옮겨 놓았다.
느리지만, 괜찮다.
기록은 남았으니까.
기록은 남았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