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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시간을 재는 일이 아니다 — 사람을 존중하는 건강 기록 앱으로의 작은 전환

요 며칠,
‘늦깎이 건강노트’를 조금 고쳤다.

기능을 크게 추가한 것도 아니고,
AI를 더 붙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수정은 꽤 중요했다.

이 앱이 누구를 위한 앱인지
조금 더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1. 이미 가입한 사람에게 “다시 가입하라”고 묻지 않기

같은 이메일로 다시 회원가입을 시도해봤다.
그리고 화면에 뜬 건 익숙한 말이었다.

“이미 사용 중인 이메일입니다.”

문제는, 이 문장이
아무 것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 이미 가입했다는 건 알겠다
  • 그런데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바꿨다.

  • “이미 가입된 이메일입니다”
  • 그리고 “로그인하러 가기” 버튼

작은 변화지만,
사용자의 머릿속 질문 하나를 줄여준다.

“아, 내가 예전에 했구나.”

기록 앱에서 이 깨달음은 꽤 중요하다.

💡 에러 메시지는 막다른 길이 아니라,
다음 행동으로 이어지는 안내판이어야 한다.

2. 로그인 상태를 ‘기본값’으로 바꾸다

카카오톡은 왜 편할까?

생각해보면 단순하다.
매번 로그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 기록 앱도 마찬가지다.

  • 아플 때
  • 피곤할 때
  • 기억이 흐릿할 때

그때마다 로그인부터 요구하면
사람은 그냥 앱을 닫는다.

그래서 로그인 시
항상 로그인 상태를 유지하도록 바꿨다.

  • 체크박스는 숨기고
  • “이 기기에서는 로그인 상태가 유지됩니다”라는 문구만 남겼다

이 앱은 보안을 시험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하루를 남기게 돕는 도구니까.

💡 보안보다 접근성.
아픈 날에도 열 수 있어야 기록 앱이다.

3. 식사 시간, 이제는 “기억하는 방식”으로 기록한다

가장 크게 바꾼 부분이다.

문제는 이거였다

“식사 시간을 분 단위로 입력하세요”

현실에서는 아무도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 “아침쯤 먹었어”
  • “점심 지나서”
  • “약 먹기 전”
  • “잠들기 전에 조금”

그래서 방식을 바꿨다.

기본은 시간대

  • 아침쯤
  • 점심쯤
  • 저녁쯤
  • 밤에
  • 약 먹기 전

정확한 시간은 옵션

  • 기억한다면 시/분만
  • 그것도 10분 단위
  • 초 단위는 완전히 제거

기록은 정확해야 가치 있는 게 아니다.
남아 있기만 해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 기록은 시간을 재는 일이 아니다.
흐릿한 기억도 기록이 된다.

4. 타시그나, 간헐적 단식, 그리고 ‘판단하지 않기’

나는 타시그나를

  • 오전 10시
  • 밤 10시

이렇게 하루 두 번 복용한다.

복용 전 2시간,
복용 후 1시간은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그래서 내 식사는 늘 불규칙하다.

이 앱이 그걸 관리하려 들면 실패다.
대신 이렇게 하기로 했다.

  • “이 시간은 타시그나 금식 시간과 겹칠 수 있어요”
  • “지난 식사로부터 13.5시간 경과”

❌ 잘했다 / 못했다
❌ 성공 / 실패

⭕ 그냥 사실만 보여준다

판단은 사용자 몫이다.
앱은 옆에서 조용히 기록만 한다.

💡 앱은 판단하지 않는다.
사실만 보여주고, 해석은 사용자에게 맡긴다.

5. 이 앱의 정체성은 분명해졌다

이 문장을 홈 화면에 추가했다.

“기억이 흐릿해져도 기록은 남기고 싶은 사람을 위한 노트”

이 앱은
AI 헬스케어 앱이 아니다.
관리 앱도 아니다.

삶을 붙잡아두는 작은 보조 기억 장치에 가깝다.


마치며

이번 수정에서
가장 많이 떠올린 질문은 이거였다.

“아픈 날에도 이 앱을 열 수 있을까?”

기술은 점점 더 똑똑해지지만,
사람은 언제나 조금 불완전하다.

그래서 나는
완벽한 입력보다
불완전한 기록을 존중하는 앱을 만들고 싶다.

조금 느려도 괜찮고,
대충 남겨도 괜찮은 기록.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의 나를 위해,
이 정도면 충분하다.

💡 완벽한 입력보다 불완전한 기록.
남아 있는 것 자체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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