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무에서 티셔츠를 봤다.
“MILANO ITALIA”
글씨 하나 박힌 티셔츠가
1만 3천 개나 팔렸다.
9천 원짜리.
나도 DTF 프린터가 있으니까
저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나는 디자인을 못 한다.
손이 아니라 머리로
포토샵도, 일러스트레이터도
손에 익지 않는다.
48세에 아빠가 됐고,
50세에 사업을 시작했다.
코딩은 배웠지만
그림은 그려본 적이 없다.
그래서 AI한테 물어봤다.
“디자인 못해도 티셔츠 만들 수 있어?”
Ideogram이라는 걸 알게 됐다.
글로 설명하면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도구.
상업적 사용도 된다고 한다.
손이 아니라 머리로 그린다.
그게 가능한 시대가 됐다.
밀라노를 따라하다
처음엔 테무 베스트셀러를 따라했다.
“MILANO” 타이포그래피.
4개가 뽑혔다.
솔직히 테무보다 나아 보였다.
100원도 안 드는 비용으로
9천 원짜리보다 나은 결과물.
기분이 묘했다.
그런데 뭔가 허전했다.
남의 것을 베끼는 느낌.
내 것이 아닌 느낌.
내 철학을 담고 싶었다
나는 늦게 시작한 사람이다.
48세에 아빠가 됐고,
배달 일을 하다가 개발자가 됐다.
세상이 정해둔 타이밍에
맞춰본 적이 없다.
그래서 생각했다.
“BLOOM LATE. NEVER STOP LEARNING.”
늦게 피어도, 배움을 멈추지 않는다.
이건 밀라노가 아니다.
이건 내 이야기다.
늦게 피어도, 배움은 멈추지 않는다.
그게 늦깎이연구소의 철학이다.

해골이 책을 읽는다
프롬프트를 넣었다.
“초승달 위에 앉아서 책 읽는 해골.
둥근 안경을 쓴. 학자처럼.”
결과물을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노란 달.
밤하늘.
책에 빠진 해골.
위아래로 휘감기는 글씨.
BLOOM LATE. NEVER STOP LEARNING.
늦깎이의 철학이
이미지가 됐다.

또 하나의 해골
그런데 이건 좀 무거웠다.
철학적이고, 진지하고.
매일 입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가볍게 입을 수 있는 것도 필요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춤추는 해골은 어때?
마이클 잭슨처럼 모자 눌러쓰고.”
한 손은 모자에,
한 손은 허리에.
여유롭게 서 있는 해골.
말없이 쿨한 녀석이 탄생했다.
두 개의 해골
책 읽는 해골은 말한다.
“배움을 멈추지 마라.”
모자 쓴 해골은 말한다.
“여유롭게, 너답게.”
둘 다 늦깎이의 마음이다.
늦게 시작했지만 포기하지 않는 것.
무겁게만 살지 않고, 즐기면서 가는 것.
늦게 왔지만, 끝까지 간다.
그리고 그 과정을 즐긴다.
디자인 실력이 없어도
오늘 깨달았다.
디자인 실력이 없어도,
철학이 있으면 된다.
AI는 도구일 뿐이고,
뭘 만들지 결정하는 건 나다.
100원짜리 이미지 생성비로
내 철학을 담은 티셔츠 디자인 2개를 만들었다.
손으로 그리지 않았지만,
머리로 그렸다.
마음으로 담았다.
오늘의 산책을 마치며
시지프는 바위를 굴렸다.
끝없이. 의미 없이.
그런데도 다시 굴렸다.
나는 티셔츠를 만든다.
늦게 시작했지만,
배움을 멈추지 않으면서.
해골이 책을 읽는 이유.
해골이 모자를 쓴 이유.
그건 아마,
늦깎이도 스타일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일 거다.
이제 프린트하러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