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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에서 시작한 바둑 AI

나는 바둑을 좋아한다.
이기고 지는 걸 떠나서,
그 19×19의 정사각형 안에서
생각이 부딪히는 느낌을 좋아한다.

그런데 요즘 바둑 AI를 쓰다 보면
광고가 붙어 있고,
기능이 막혀 있고,
분석은 유료로 전환된다.

하루에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하나 만들면 안 되나?”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연구도 아니고, 창업도 아니고,
그냥 쓰기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취미가 프로젝트가 되는 순간

처음에는 단순했다.

  • 9×9 미니 바둑으로 시작하자.
  • Python으로 만들자.
  • 기본 규칙부터 구현하자.

그런데 코드를 짜기 시작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바둑 AI를 만든다는 건
단순히 돌을 잘 두게 만드는 게 아니었다.

  • 자기 강화학습(Self-Play)
  •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MCTS)
  • 탐험과 활용의 균형

처음 듣는 단어들이었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개념이었다.

생각해 보니,
인생도 비슷하지 않은가.

  • 이미 잘 아는 길을 갈 것인가
  • 아니면 아직 서툰 길을 한 번 더 시도할 것인가

MCTS는 그 질문을 수학으로 풀어내는 방식이었다.

광고 없는 바둑 AI, 그 이상의 의미

솔직히 말하면
광고 없는 바둑 AI를 하나 갖고 싶었다.

내가 두는 한 수 한 수를
방해받지 않고 복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만들다 보니 알게 되었다.

이건 단순히 “광고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사고 구조를 배우는 일이라는 것을.

강화학습은 말한다.

완벽한 정답은 없다.
다만 더 많이 시도한 흔적이 있을 뿐이다.

MCTS는 말한다.

덜 가본 길에 가산점을 줘라.
그래야 갇히지 않는다.

나는 이제
이 단어들이 낯설지 않다.

아직 완전히 이해했다고는 말 못 하지만,
익숙해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생겼다.

왜 지금, 늦게 시작하는가

나는 늦게 배운다.
늦게 이해한다.
늦게 도전한다.

그래서 더 오래 붙잡는다.

바둑 AI 개발은
단순한 취미 프로젝트가 아니라
내가 아직 배우고 있다는 증거가 되었다.

광고가 불편해서 시작했지만
결국은 공부가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 프로젝트는 바둑보다 더 큰 무언가를 배우게 할지도 모른다.

  • 불확실성을 견디는 법
  • 서툰 시도를 반복하는 법
  • 정답 대신 과정을 믿는 법

오늘의 한 수

아직 이 AI는 약하다.
실수도 많고,
엉뚱한 곳에 두기도 한다.

그런데 그 모습이
묘하게 마음에 든다.

나와 닮았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완성하기 위한 게 아니라
계속 두기 위한 판이다.

오늘도 한 수 둔다.
그리고 다시 배운다.

늦깎이라서 늦은 게 아니라,
늦깎이라서 아직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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