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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을 마치며 — 말로 남기면, 기록이 된다

코드를 치다 말고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건 기능이 아니라 다리네.”

손에서 목소리로 건너가는 다리.
키보드에서 사람으로 건너오는 다리.

오늘 Chapter 3을 마무리하면서
나는 앱 하나를 완성한 게 아니라,
앱이 사람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느낌이 더 크다.

병원 대기실에서 시작된 UX

이 앱은 처음부터
화려한 기능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대신 떠올린 장면은 하나였다.

병원 대기실.
번호표를 쥔 손.
작게 울리는 안내 방송.
그리고,
“이런 건 적어두면 좋을 텐데…” 하고
스스로에게 중얼거리던 순간.

그때 알았다.
건강 기록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라는 걸.
기억이 흐릿해질 때,
몸이 말을 안 들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기고 싶다”는 마음.

Chapter 3은 그 마음에 대한 대답이었다.

“말로 적기”라는 선택지

이번 챕터의 핵심은 단순했다.

타이핑이 힘들면, 말해도 된다.
말이 어색하면, 안 해도 된다.
선택권은 언제나 사용자에게.

그래서 버튼 이름도 이렇게 정했다.
• ❌ “음성 입력”
• ⭕ “🎙️ 말로 적기”

기계어 대신 사람말.
명령 대신 제안.
완료 대신 안심.

그리고 VOICE_GUIDE.md에 이렇게 적어두었다.

이 앱은 기록하는 도구가 아니라,
옆에 앉아서 말 걸어주는 존재여야 한다.

기술보다 먼저 정한 것: 말투

이번 챕터에서 가장 오래 고민한 건
사실 코드가 아니라 톤이었다.

• “녹음 중…” → “👂 듣고 있어요…”
• “처리 실패” → “😔 다시 확인이 필요해요”
• “완료” → “✓ 잘 들었어요!”

작은 문장 하나가
사람을 밀어내기도 하고,
다시 앉혀주기도 한다는 걸
이번에 제대로 배웠다.

Chapter 3에서 만든 것들

기록으로 남겨두자면, 우리는 이런 다리를 놓았다.

• Web Speech API 기반 음성 입력 기능
• 건강기록, 식사기록에 🎙️ “말로 적기” 버튼 추가
• Safari, 모바일 환경 대응 로직
• 재사용 가능한 _voice_input.html.erb 컴포넌트
• 그리고 VOICE_GUIDE.md — 사람말 사전

하지만 진짜 성과는 이 문장 하나다.

이 앱은 이제 손이 아니라,
목소리로 곁에 앉는다.

이 챕터가 내게 남긴 것

개발을 오래 했지만
코드를 치면서 이런 감정이 드는 날은 많지 않다.

오늘은 뭔가…
기능을 만든 게 아니라
길을 놓은 느낌이었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한 길.
몸이 먼저 늙어버린 개발자를 위한 길.
그래도 계속 만들고 싶은 사람을 위한 길.

다음으로

Chapter 3은 끝났지만,
이 앱의 이야기는 이제부터다.

이제는 내가 만드는 앱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앱이 되기를 바란다.

병원 대기실에서.
부엌 식탁 옆에서.
밤에 혼자 앉아 있을 때.

조용히 말 걸어주는 앱.

“말해도 돼요.
제가 적어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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