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앱을 만들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이 질문을 만나게 된다.
“기록된 건 많은데,
이 앱은 이걸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대부분의 앱은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 요약해준다
- 패턴을 뽑아준다
- 중요한 것만 남긴다
- 결론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나는 Chapter 5에서
이 모든 걸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Chapter 5의 한 문장 정의
“조용히 기억해준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기억한다’는 말이지,
‘정리해준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왜 ‘기억’이 필요했을까
Chapter 4에서 앱은
처음으로 사용자에게 말을 걸었다.
“요즘 운동 기록이 조금 뜸해졌네요.”
그 다음 단계는 자연스럽게 이거였다.
“그럼, 이 앱은
사용자가 남긴 말을 기억은 하고 있을까?”
기억하지 않는 앱은
결국 다시 묻게 된다.
- “다시 입력해주세요”
- “이전에 뭐라고 하셨죠?”
- “기록을 더 남겨보세요”
이건 사용자에게
은근한 피로를 준다.
Chapter 5의 규칙
이번 챕터의 규칙은
지금까지 중 가장 조용하고, 가장 엄격했다.
❌ 하지 않기로 한 것들
- 요약하지 않는다
- 해석하지 않는다
-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 행동을 유도하지 않는다
- “다시 써보세요” 같은 말 금지
⭕ 하기로 한 것들
- 사용자가 쓴 그 문장 그대로 보여준다
- 시간만 덧붙인다 (오늘 / 어제 / 며칠 전)
-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려준다
구현된 기능: “기억 카드”
대시보드에 아주 조용한 카드 하나가 생겼다.
💭 지난번에 남기신 이야기
[어제], 건강 기록에서
“무릎이 조금 불편했지만 그래도 산책은 했다.”
기억하고 있어요.
이 카드에는 버튼이 없다.
눌러야 할 것도 없다.
해석도, 조언도 없다.
그냥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new / edit 페이지의 ‘이어주기’
Chapter 5의 핵심은
대시보드보다 기록을 시작하는 순간에 있다.
새 기록을 쓰려고 들어왔을 때
앱이 이렇게 말한다.
💭 지난번에 남기셨어요
“요즘 아침에 몸이 좀 무겁다.”
이어서 적어도 돼요.
이건 질문이 아니다.
요청도 아니다.
그냥
대화를 끊지 않겠다는 태도다.
기술적으로는 어떻게 만들었나
Chapter 5의 서비스는 단순하다.
- 기록 타입별로 마지막 메모 하나만 찾는다
-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 있으면 가공 없이 그대로 전달한다
중요한 건
로직이 아니라 철학이었다.
“이 서비스는 똑똑해질 필요가 없다.”
VOICE_GUIDE.md에 추가된 원칙
Chapter 5는
‘기억 문장’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었다.
금지어가 다시 늘어났다.
- 요약하면
- 보아하니
- ~하셔야
- 다시 기록해보세요
대신 허용된 말은 이 정도다.
- “지난번에 남기셨어요”
- “기억하고 있어요”
- “이어서 적어도 돼요”
말이 적어질수록
앱은 더 사람처럼 느껴졌다.
만들고 나서 든 생각
Chapter 5를 끝내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앱은 이제
뭔가를 알려주는 도구가 아니라,
말한 걸 잊지 않는 존재에 가까워졌구나.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충분히 안심한다.
굳이 해석하지 않아도,
정리하지 않아도.
Chapter 5 한 줄 요약
말하지 않아도, 잊지 않는다.
다음 Chapter에서는
이 기억들이 어디까지 머물러야 하는지,
그리고 언제 사라져야 하는지를 다루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까지.
Chapter 5는
이 앱이 처음으로
“조용히 곁에 있는 법”을 배운 단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