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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불릴 수만 있다

앱을 만들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유혹이 생긴다.

“이쯤이면 먼저 말해줘도 되지 않을까?”

사용자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패턴도 보이고,
이제는 ‘도움이 될 만한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을 때.

하지만 나는 Chapter 8에서
그 유혹을 완전히 거절하기로 했다.

앱이 말을 잘하기 시작할수록 불편해지는 순간

Chapter 6에서
앱은 처음으로 요청받았을 때만 정리해서 보여주는 존재가 되었다.

Chapter 7에서는
그마저도 언제 멈춰야 하는지,
언제 물러나야 하는지를 배웠다.

그럼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였다.

“그래도…
이 앱은 여전히 먼저 말 걸고 있지 않은가?”

카드가 먼저 뜨고
버튼이 먼저 보이고
“한번 눌러보세요”라는 시선이 먼저 온다.

그건 여전히
앱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태다.

Chapter 8의 결정

그래서 Chapter 8의 규칙은 아주 단순하다.

이 앱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불릴 수만 있다.

  • 알림 ❌
  • 자동 카드 ❌
  • 추천 ❌
  • “혹시 이거 보실래요?” ❌

대신,

  • 사용자가 부르면
  • 그때만 조용히 응답한다

‘요청’이 아니라 ‘호출’이라는 개념

여기서 중요한 건
이걸 요청(Request)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요청에는 보통 이런 느낌이 있다.

  • 실패하면 에러가 나고
  • 이해하지 못하면 다시 물어보고
  • 시스템이 주도권을 가진다

Chapter 8에서 내가 만든 건
호출(Call)이다.

호출은 이렇다.

  • 불렀으면 응답한다
  • 아니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실패 메시지도 없다

침묵은 에러가 아니라
정상 상태다.

구현에서 가장 중요했던 규칙

기술적으로는 많은 걸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지 않기로 한 것들이 더 많았다.

하지 않기로 한 것들

  • 의미 분석 ❌
  • 감정 분석 ❌
  • AI 추론 ❌
  • “이해하지 못했어요” ❌

지킨 것들

  • 키워드 기반 최소 판단
  • 호출 의도가 아닐 땐 완전한 침묵
  • 응답은 최대 2줄
  • 반드시 이렇게 시작한다

“부르셔서…”

응답의 톤

호출에 성공했을 때
앱은 이렇게 말한다.

“부르셔서, 기록만 정리해봤어요.”
“원하시면 그냥 지나가셔도 돼요.”

여기엔
조언도 없고
평가도 없고
행동 유도도 없다.

불렸기 때문에 대답했을 뿐이다.

가장 어려웠던 건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개발자로서
가장 어려웠던 건 이거였다.

“여기서 아무것도 안 하자”

에러 메시지를 띄우고 싶고
가이드를 주고 싶고
“이렇게 해보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Chapter 8에서는
그 모든 친절이
선 넘는 행동이 된다.

그래서 나는
침묵을 기능으로 만들었다.

Chapter 8을 끝내고 든 생각

이제 이 앱은
뭔가를 알려주는 도구도 아니고
조언해주는 존재도 아니다.

그저,

부르면 대답하는 존재

그리고 그건
사람이 사람에게 기대하는 태도와
꽤 닮아 있다.

Chapter 8 한 줄 요약

“이 앱은 말을 잘하는 법보다,
말하지 않는 법을 먼저 배운다.”

다음 Chapter에서는
이 질문으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
이렇게 조용한 앱은
어디에, 어떻게 ‘존재’해야 할까?”

지금은 여기까지.
Chapter 8은
이 앱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게 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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