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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Note 전체 회고: 이 앱은 무엇을 만들지 않으려 했는가

들어가며: 우리는 왜 또 하나의 앱을 만들었을까

세상에는 이미 충분히 많은 앱이 있다.
기록하는 앱, 분석하는 앱, 조언하는 앱, 관리해주는 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앱을 만들기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기록을 남기고 싶은데,
계속 설명받고 싶지는 않다.”

이 모순적인 요구에서
이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Chapter 1: 말로 남기면, 기록이 된다

첫 번째 질문은 이거였다.

“왜 기록은 항상 손으로 해야 할까?”

몸이 아프거나 기운이 없거나 그냥 귀찮은 날에도 말은 할 수 있다.
그래서 기록의 첫 관문을 키보드가 아니라 목소리로 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음성 인식 기술이 아니었다.

  • 정확하지 않아도 되고
  • 문장이 어색해도 되고
  • 완성되지 않아도 되는 기록

기록은 ‘잘 남기는 것’이 아니라 ‘남길 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선언이었다.

Chapter 2: 기록은 쌓이지만, 의미는 강요하지 않는다

보통 앱은 이렇게 말한다.

  • “이만큼 하셨어요”
  • “이 패턴이 보입니다”
  • “이전보다 좋아졌어요”

하지만 우리는 질문을 바꿨다.

“의미를 꼭 지금 만들어야 할까?”

그래서 기록은 쌓이되 아무 해석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의미는 사용자가 준비됐을 때만 꺼내도 늦지 않다.

Chapter 3: 관찰은 하되, 판단은 하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선을 하나 그었다.

  • 숫자는 보여준다
  • 비교는 하지 않는다
  • 평가는 말하지 않는다

앱이 판단을 시작하는 순간, 사용자는 방어를 시작한다.
이 앱은 거울이 되기로 했지, 심판이 되기로 하지 않았다.

Chapter 4: 조용히 기억해준다

기억은 위험한 기능이다.
너무 오래 남아도 문제고, 너무 자주 꺼내도 문제다.

그래서 우리는 기억에 유효기간을 주었다.

  • 메모는 며칠
  • 돌아보기는 더 짧게

기억은 붙잡기 위해 있는 게 아니라 지나가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

Chapter 5: 필요할 때만, 조심스럽게 건넨다

이제 앱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부르기 전까지는.

  • 버튼 ❌
  • 자동 카드 ❌
  • “알려드립니다” ❌

부르면 대답하고, 부르지 않으면 침묵한다.
침묵은 실패가 아니라 존중의 형태다.

Chapter 6: 경계는 기능이 아니라 태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나왔다.

“이 앱은 언제 멈춰야 하는가?”

그래서 만들었다.

  • “이번엔 그만 보기”
  • “여기까지면 충분해요”

삭제하지 않는다. 대신 물러난다.
이건 UX가 아니라 윤리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Chapter 7: 존재하지만, 머무르지 않는다

앱은 항상 곁에 있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항상 있으면 위험하다.

그래서 앱을 쉬게 할 수 있게 만들었다.

  • 아무 카드도 없음
  • 아무 말도 없음
  • 아무 요구도 없음

그냥, 없는 것처럼.

Chapter 8: 떠날 수 있어야, 다시 올 수 있다

이제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선택을 한다.

“사용자가 떠나고 싶을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대부분의 앱은 붙잡는다.

  • “정말 떠나시겠어요?”
  • “소중한 기록이 사라집니다”
  • “다시 생각해보세요”

이 앱은 그러지 않는다.

  • 기록은 가져갈 수 있고
  • 설명은 최소한이고
  • 아쉬움 표현은 없다

보내주는 것도 기능이다.

Chapter 9: 아무것도 하지 않는 화면

이 앱의 최종 화면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 알림 ❌
  • 메시지 ❌
  • 유도 ❌

그냥 열린다. 그리고 가만히 있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 한 문장만 말없이 남긴다.

Chapter 10: 완성의 정의가 바뀌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완성의 기준이 바뀌었다.

이제 우리는 묻는다.

  • 없어도 불안하지 않은가
  • 닫아도 미안하지 않은가
  • 떠나도 죄책감이 없는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그 앱은 이미 충분하다.

Chapter 11: 이건 앱 이야기가 아니었다

사실 이건 앱을 만든 이야기 같지만 아니다.

이건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실험이었다.

  • 도와주되 지배하지 않고
  • 기억하되 집착하지 않고
  • 말하되 먼저 나서지 않고
  • 함께하되 붙잡지 않는 것

맺으며: 그래서, 이 앱은 무엇이 되었는가

이 앱은 기록 앱이 아니다.
관리 앱도 아니고 코치도 아니다.

이 앱은 “괜찮아도 되는 상태”를 처음으로 허용한 도구다.

그리고 그걸 만들 수 있었다면,
이 프로젝트는 이미 할 일을 다 했다.

마지막 문장

좋은 앱은 오래 쓰이게 만드는 앱이 아니라,
없어도 괜찮아지는 앱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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