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에러 속에서 깨달은 것들

— 배포가 무너질 때, 생각도 같이 무너졌다

솔직히 말하면,
Senior HealthNote의 개발 과정에서
가장 많이 본 화면은 서비스 화면이 아니라
에러 로그였다.

검은 화면, 빨간 글자,
그리고 익숙해질 듯 말 듯한 영어 문장들.

처음엔 화가 났고,
그 다음엔 자괴감이 왔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지금 이 나이에 이게 맞나?”


에러는 항상 새벽에 찾아왔다

낮에는 괜찮았다.
커피도 있고, 머리도 돌아갔다.

문제는 새벽이었다.
모든 게 조용해질 때,
서버는 갑자기 말을 하기 시작했다.

  • DB 연결 실패
  • 포트 충돌
  • 컨테이너 헬스체크 실패
  • 그리고 끝없이 반복되는 재시작

하나를 고치면
다른 데서 터졌다.

마치 몸이 아플 때처럼,
한 군데가 아니라 전신이 문제인 느낌이었다.


기술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였다

처음엔 계속 이렇게 생각했다.

“이건 내가 실력이 부족해서 그래.”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에러 하나하나를 보면
대부분은 사소한 설정 문제였다.

  • 포트 하나
  • 환경 변수 하나
  • 파일 하나

문제는
그걸 고치는 동안
내가 계속 전체 그림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한 놈만 패자’라는 말을 다시 떠올렸다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게 됐다.

“지금 이건 개발이 아니라, 허우적거림이야.”

Rails 버전, Docker 설정, Kamal 배포, PostgreSQL,
한꺼번에 다 잘하려고 했다.

그래서 결론은 단순했다.

하나만 제대로 하자.

  • 포트는 3000으로 통일
  • DB는 PostgreSQL 하나로 고정
  • 배포 방식은 Kamal 하나만 사용

그때부터
에러는 여전히 있었지만
의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서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서버는
기분을 봐주지 않는다.
사정을 이해해주지도 않는다.

설정이 틀리면 틀렸다고 말하고,
빠진 게 있으면 그대로 멈춘다.

이게 이상하게도
요즘 내 몸 상태와 닮아 보였다.

  • 무리하면 바로 신호가 오고
  • 쉬지 않으면 멈춰버리고
  • 속일 수가 없다

서버를 다루면서
나는 내 몸을 다루는 태도도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에러 로그는 나를 단련시켰다

예전 같았으면
에러 하나에 하루를 날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 로그를 천천히 읽고
  • 가설을 세우고
  • 하나씩 지워나갔다

빠르게 해결하는 게 아니라,
다시 같은 에러를 만나지 않게 만드는 쪽을 택했다.

이건 개발 방식이기도 했고,
삶을 대하는 태도이기도 했다.


깨달음은 늘 늦게 온다

배포가 완전히 성공했을 때,
환호성은 없었다.

대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게 그냥 되는 건 없구나.”

서버 에러는
나를 시험한 게 아니라
나를 정리하게 만들었다.

조급함을 걷어내고,
기본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다음 글에서는
Senior HealthNote가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하지 않기로 했는지
정리해보려 한다.

무엇을 할지보다
무엇을 버릴지가 더 중요해진 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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