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Senior HealthNote를 만들기 시작했을까

— 건강 앱이 아니라, ‘내 몸을 이해하는 노트’가 필요했던 이유

병원에서 검진 결과지를 받아 들고 나오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숫자는 빼곡했고, 항목은 많았지만
정작 “그래서 지금 나는 어떤 상태인가요?”라는 질문에는
아무도 답해주지 않았다.

“수치는 조금 높네요.”
“관리하셔야 합니다.”

그 말은 늘 같은데,
몸은 매번 다르게 반응했다.


숫자는 많은데, 맥락은 없었다

혈액검사표, 처방전, CT 결과지,
그리고 의사 선생님의 짧은 코멘트들.

이 모든 게 각각 따로 존재했다.

오늘의 수치는 어제의 나와 이어지지 않았고,
이번 병원의 기록은 다음 병원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내 몸의 히스토리를 아무도 관리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또렷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건강 앱은 많았지만, 내 이야기는 없었다

운동 앱, 식단 앱, 수면 앱.
다 써봤다.

솔직히 말하면, 다 오래 쓰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앱들은 항상 정답을 말하려 했기 때문이다.

  • 하루에 몇 걸음
  • 몇 칼로리
  • 몇 시간 수면

하지만 내 몸은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도 있었고,
숫자는 좋아 보여도 몸이 무거운 날도 있었다.

그 미묘한 차이는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나는 ‘앱’이 아니라 ‘노트’가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건 앱 문제가 아니라, 기록 방식의 문제 아닐까?”

Senior HealthNote는
처음부터 거창한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이건 그냥
내 몸에 대한 개인 노트였다.

  • 오늘 잠은 어땠는지
  • 약을 먹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 검사 수치 옆에 붙는 나만의 메모

누군가 평가하지 않는 기록.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 기록.


‘Senior’라는 단어를 굳이 붙인 이유

사실 ‘시니어’라는 단어는
서비스 이름으로 쓰기엔 꽤 무겁다.

하지만 나는 일부러 붙였다.

이 노트는
젊음을 전제로 한 서비스가 아니라
시간이 쌓인 몸을 전제로 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 회복이 느려진 몸
  • 예전 같지 않은 컨디션
  •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이해하고 싶은 마음

이건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조금 뒤의 부모 세대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금은 아직, 아주 작은 시작이다

Senior HealthNote는
아직 완성된 서비스가 아니다.

지금은

  • 기록할 수 있고
  • 저장할 수 있고
  •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형태에 가깝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이건 사업 아이디어로 시작된 프로젝트가 아니라
내 삶에서 생겨난 질문에서 출발했다는 것.


다음 이야기에서는

다음 글에서는
이 노트를 실제 서비스로 만들면서
마주했던 수많은 에러와 실패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서 배운 것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서버가 아니라
내 생각이 먼저 다운되었던 순간들 말이다.


늦게 시작해도 괜찮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도,
삶을 다시 설계할 수는 있으니까.

이건 그 기록의 시작이다.


시리즈 안내

  • 1화: 나는 왜 Senior HealthNote를 만들기 시작했을까
  • 2화: 서버 에러 속에서 깨달은 것들
  • 3화: 지금, 나는 어디까지 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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