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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갈산공원, 2시간의 값어치

양평까지 2시간.

솔직히 출발할 때는 생각했다. “이걸 왜 가지?”

근데 갈산공원에 도착하니까, 벚꽃이 터널을 만들고 있었다. 아이들은 그 아래서 솜사탕을 뜯어 먹고, 엄마는 그 옆에서 웃고 있었다. 그게 전부인데, 그게 전부였다.

벚꽃 터널 아래 솜사탕을 들고 있는 아이들과 엄마

아이들은 킥보드를 타고 나들이객 사이를 비집고 다녔다. 위험하다고 소리치려다 멈췄다. 저렇게 능숙하게 사람 사이를 피할 줄 알게 됐구나. 언제 이렇게 컸지?

둑길을 걸었다. 강 위에 떠 있는 부교 위에 아이가 서 있었다. 산과 강과 하늘 사이에 혼자 서 있는 뒷모습이, 작은데 단단해 보였다.

강 위 부교에 서 있는 아이의 뒷모습

벤치에 앉았다. 엄마와 아이 둘이 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 핑크색 킥보드가 서 있고. 아무 말 없는 뒷모습이 참 좋았다. 이 장면을 기억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벤치에 앉아 강을 바라보는 엄마와 아이들

밧줄 그네를 발견한 아들은 놓질 않았다. 벽돌 위에 올라서서 밧줄을 잡고 매달리는데, 작년 같으면 못 했을 거다. 힘이 세졌다. 손이 커졌다.

밧줄 그네를 잡고 있는 아들

나는 둑에 앉아서 잠깐 멍을 때렸다. 버킷햇 쓰고, 강바람 맞으면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이 순간이 사치라는 걸 안다. 그래서 더 또렷하게 기억하려고 한다.

갈산공원 둑에 앉아있는 늦깎이 아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들은 5분 만에 잠들었다.

양평까지 2시간. 멀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오는 길은 그만큼 가벼웠다.

가끔은 멀리 가야, 가까이 있는 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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