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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의 다섯 각형 — 5년이 너무 멀어서, 오늘 네 줄을 새겼다

어제 새벽 4시.

5년 후의 늦깎이연구소가 어디 있을지 적었다. 회원 이만 오천 명. 매출 9억 5천. 책 두 권. 운동(movement)이 되는 길.

다 좋은데 — 5년이 너무 멀었다.

5년이라는 단위는 잡히지 않는다. 손에 안 잡히면 마음이 달아난다. 마음이 달아나면 내일 아침에 다른 일을 한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또 5년이 지나면, 처음 적었던 그 비전은 메모장 어딘가에서 잠든다.

그게 무서웠다.

그래서 마지막에 네 줄을 박았다.

오늘 글 한 편을 썼는가?
오늘 회원/잠재 회원과 대화했는가?
오늘 매출 1원이라도 발생했는가?
오늘 가족과 시간 보냈는가?

이 네 가지가 매일 YES면 5년 후 비전은 자동으로 도착한다고 적었다.

적고 잤다.


일어났다. 새벽 5시.

네 줄을 그냥 두면 잊을 것 같았다. 메모장에서 잠들 것 같았다. 아침에 한 번 보고, 점심에 잊고, 저녁에 사라지는, 그런 결심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작업실로 갔다. UV 프린터를 켰다.

UV 프린터가 오각형 아크릴 패널 위에서 잉크를 분사하기 시작한다

오각형 아크릴 패널을 골랐다. 늦깎이연구소에서 만드는 시그니처 라인 중 하나. 가로 190, 세로 180. 손바닥보다 조금 큰 크기. 책상 한 구석에 두면 매일 시야에 걸릴 만한 크기.

UV 프린터 헤드가 오각형 위에서 첫 글자를 새긴다

UV 프린터의 빛은 파랗다. 자외선이라 그런가, 아니면 그냥 인쇄용 LED라 그런가. 어쨌든 새벽 작업실에서 그 빛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 의식 같은 게 시작되는 느낌이 든다.

흰 잉크가 먼저 깔린다. 투명한 아크릴이라 흰 잉크 없이는 글자가 안 보인다. 그 위에 검은 잉크로 글자가 새겨진다.

파란 빛 아래 오늘이라는 글자가 새겨진다

“오늘”이라는 글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두 글자가 새겨지는 동안, 묘한 감정이 들었다. 5년이라는 단어는 잡히지 않는데, “오늘”이라는 두 글자는 손에 잡힌다. 그게 전부다. 그게 늦깎이연구소가 5년 후에 어디 있는지를 결정한다.

가족과 시간 보냈는가라는 질문이 새겨지고 있다

“오늘 가족과 시간 보냈는가” — 이 줄이 새겨질 때 손이 멈췄다.

매출이 0원인 1년 반 동안, 나는 가끔 “가족 시간”을 미뤘다. “이것만 끝내면 갈게”라고 말했다. 그 말이 진실이었던 적도 있고, 거짓이었던 적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거짓이었던 적이 더 많다.

5년 후 비전을 적으면서, 나는 처음으로 “가족 시간”을 KPI에 박았다. 매출보다 위에. 글쓰기보다 위에. 회원 수보다 위에.

그게 진심이라는 걸 증명하려면, 매일 봐야 했다. 그래서 이 줄이 거기 있다.


출력이 끝났다.

오각형 아크릴 패널을 들고 작업실에서 책상으로 옮겼다. 키보드 옆에. 모니터 아래에. 매일 첫 번째로 보이는 자리에.

책상 위 오각형 아크릴 패널, 오늘의 네 가지 질문이 새겨져 있다

이건 굿즈가 아니다.

의식이다.

매일 아침, 이 다섯 각형을 본다. 네 가지 질문을 읽는다. 답이 없으면 그날을 다시 설계한다.

오늘 글 한 편을 안 썼다면 — 쓴다.
오늘 회원과 대화하지 않았다면 — 한 명한테 메시지를 보낸다.
오늘 매출이 0원이라면 — 가만히 있지 않는다.
오늘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면 — 일을 멈추고 아이들에게 간다.


5년 후 늦깎이연구소가 어디 있을지 나는 모른다.

회원 이만 오천 명이 모일지, 책 두 권이 나올지, 매출 9억이 될지 — 그건 미래에 일어나는 일이고, 미래는 통제할 수 없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오늘 네 가지뿐이다.

그래서 이 다섯 각형을 만들었다.

내일 내가 어디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것은 명확하고 검증 가능한 사실이다.


혹시 당신도 5년 후가 너무 멀게 느껴진다면, 한 가지 권한다.

당신만의 네 줄을 적어보라. 매일 봐야 할 다섯 각형 위의 다짐. 그게 무엇이든, 매일 검증 가능한 것으로.

그리고 그걸 메모장에 두지 마라. 손에 잡히는 곳에 두어라. 책상 위에. 거울 옆에. 가방 안주머니에.

늦깎이연구소가 5년 후에 만들고 싶은 건 그런 사람들의 모임이다. 매일 자기만의 네 줄을 가진 사람들. 5년 후가 멀어도 멈추지 않는 사람들.

나는 그 첫 번째 사람이다. 두 번째는 어쩌면 당신일지도 모른다.

FIDES TAMEN — 그럼에도 신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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