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쇼핑몰을 “기록의 보관소”로 바꾸겠다고 했다.
오늘은 그 기록이 뭔지 얘기해볼게.
4개의 카테고리
상품을 정리하다 보니 패턴이 보였다.
사람들이 굿즈를 만드는 이유가 크게 4가지더라.
1. 내 인생을 정리하고 싶어서
2. 가족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
3. 처음 해낸 걸 기념하고 싶어서
4. 두 문화를 연결하고 싶어서
그래서 4개의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1. 늦깎이 연대표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기록하다”
30대에 첫 직장.
40대에 첫 창업.
50대에 첫 아이.
남들보다 늦었지만, 그래서 더 또렷한 순간들이 있잖아.
그 순간들을 연대표로 만든다. 티셔츠에, 아크릴에, 모자에.
“1995년 — 수능 재수 끝”
“2010년 — 첫 월급 180만원”
“2024년 — 드디어 내 가게”
남이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본인한텐 전쟁터였던 순간들.
그걸 기록하는 거야.
2. 가족 유산 기록
“가족의 손글씨, 레시피, 가훈을 영원히”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유품 정리하다가 레시피 노트가 나왔다. 된장찌개 끓이는 법, 김치 담그는 법. 삐뚤빼뚤한 손글씨.
그걸 아크릴 패널에 새겼다.
이제 부엌에 걸어놨다. 매일 본다. 할머니가 거기 있는 것 같다.
손글씨는 사라지기 쉬워.
종이는 누렇게 변하고, 글씨는 바래고, 어느 날 어디 뒀는지 모르게 돼.
근데 아크릴에 새기면 안 사라져. UV로 박으면 50년은 간대.
가훈도 그렇고, 할아버지 좌우명도 그렇고. 기억에만 두지 말고 물건으로 남겨.
3. 첫 성취 기념
“처음 해낸 그 순간을 기념하다”
아이가 처음 그린 그림.
처음 딴 자격증.
처음 완주한 마라톤.
“첫”은 다시 오지 않아.
근데 그 순간은 금방 잊혀. 다음 목표로 달려가느라. 더 큰 성취를 쫓느라.
잠깐 멈춰.
그 “첫”을 기념해.
아이 그림을 티셔츠에 넣어. 자격증 번호를 아크릴 블록에 새겨. 마라톤 기록을 모자에 박아.
그거 볼 때마다 생각날 거야.
“아, 나 그때 해냈지.”
4. 두 문화의 기록
“두 언어, 두 나라, 하나의 가족”
한국에 사는 베트남 가족.
일본에서 온 엄마와 한국인 아빠.
미국 이민 2세대 아이들.
이름이 두 개인 아이들이 있어.
민준이면서 Minh.
수아면서 Sua.
두 이름을 나란히 새긴 티셔츠.
두 나라 국기를 넣은 패밀리룩.
두 언어로 쓴 “사랑해”를 담은 키링.
이건 정체성의 기록이야.
“나는 여기서도 저기서도 어정쩡한 게 아니라, 둘 다 내 거야.”
그 선언을 물건으로 만드는 거야.
같은 물건, 다른 의미
솔직히 말하면 재료는 똑같아.
270g 헤비웨이트 티셔츠.
투명 아크릴 블록.
야구모자.
근데 “왜 만드는지”가 다르면 전혀 다른 물건이 돼.
인쇄 대행은 “뭘 넣을까요?”라고 물어.
기록의 보관소는 “뭘 기억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어.
그 차이야.
다음 글 예고
4개의 기록. 이제 뭘 담을지는 정해졌어.
근데 아직 하나 안 보여준 게 있어.
이 모든 기록을 지키는 친구.
다음 글에서 소개할게.
민들레 홀씨를 닮은 할아버지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