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이 시들기 전에 — 늦은 어버이날 선물 4가지
오늘이 5월 8일이다.
나는 어머니께 전화도 못 했다.
어버이날을 까먹은 건 아니었다.
알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알았다.
근데 그 며칠을 또 흘려보냈다.
카네이션을 살까. 용돈을 드릴까. 케이크는 어떨까.
결정을 미루는 사이에 5월 8일이 되어버렸다.
오늘 아침, 죄책감이 먼저 깼다.
이미 늦었다, 라고.
“늦었다”는 게 사실은 뭘까
생각해 봤다.
카네이션은 시들면 끝이다.
용돈은 받으면 끝이다.
케이크도 먹으면 끝이다.
그런데 어버이날에 정말 드리고 싶었던 게 그것들이었나?
내가 진짜로 드리고 싶었던 건…
기록이었다.
부모님이 살아오신 시간.
그 흔적이 사라지기 전에, 어딘가에 남기고 싶었던 마음.
카네이션이 시드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른다.
우리 부모님의 시간도 흐른다.
그러니까 늦은 어버이날도 괜찮다.
내가 선택한 것이 꽃이 아니라 기록이라면.
라틴어로 늦깎이연구소의 모토는 FIDES TAMEN 이다.
“신뢰, 그럼에도.”
늦었어도 — 그래도 — 라는 뜻이다.
1. 한 장으로 정리하는 인생
아버지가 1955년에 태어나셨다고 치자.
그때부터 오늘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을까.
군대 가신 해.
첫 회사 들어가신 해.
결혼하신 해.
내가 태어난 해.
처음 자영업을 시작하신 해.
그 모든 것을 한 장의 연대표에 담을 수 있다.
아버지의 인생을 한 눈에 보는 일.
이게 우리 첫 번째 시그니처다.
2. 손글씨가 사라지기 전에
어머니의 손글씨를 본 게 언제인가.
레시피 수첩.
일기장.
가훈을 적어두신 종이 한 장.
이런 것들은 디지털로 옮겨지지 않는다.
사라지면 끝이다.
가족 유산 기록은 그 손글씨를 아크릴 패널이나 티셔츠에 영구 보존하는 작업이다.
손글씨 한 줄에 어머니가 들어 있다.
3. 부모님의 처음을 기억하다
부모님께도 “처음”이 있었다.
처음 운전면허를 따신 날.
처음 영어를 배우신 날.
처음 자전거를 배우신 날.
50대, 60대에 새로운 도전을 하신 부모님이라면,
그 첫 성취를 기념해야 한다.
첫 성취 기념 시그니처는 늦은 도전을 한 분들을 위한 것이다.
“느린 게 아니야. 함께 가는 거야.”
우리 정신이 이 카테고리에 있다.
4. 두 나라, 하나의 가족
다문화 가정이라면 어버이날이 좀 다르다.
한국의 부모님이 계시다.
베트남의 부모님이 계시다.
언어가 다르다.
문화가 다르다.
그래도 하나의 가족이다.
두 문화의 기록 시그니처는 한글과 베트남어가 함께 들어간 굿즈다.
두 분의 부모님 모두에게.
같은 마음을 다른 언어로.
늦은 어버이날도 어버이날이다
오늘이 5월 8일이지만, 어버이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가 늦었다고 생각한 그 마음.
그게 시작이다.
카네이션은 시든다.
기록은 시들지 않는다.
늦깎이연구소는 늦어도 괜찮다는 철학으로 일한다.
당신의 시간을 기록합니다.
— 늦깎이연구소, 2026-05-0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