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메일 계정이 13개야. 농담 아냐.
쇼핑몰용. 개발용. 영상용. 아이들용. 본명용. 부캐용. 다 이유가 있어서 만들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다 못 봤다.
13개 받은편지함을 매일 열어볼 수 있는 사람은 없거든. 나도 못 했어.
미뤄뒀어. 미뤄뒀어. 미뤄뒀어.
미뤄둔 메일은 그냥 메일이 아냐.
답장 안 한 사람. 못 본 청구서. 안 들여다본 매출. 외면한 결제.
13개 받은편지함은 결국 13개의 미뤄둔 나였어.
새벽에 시작했다. 더는 미루지 않으려고.
처음엔 가벼울 줄 알았어. OAuth 인증 한 번이면 끝일 줄.
그런데 막혔다. Google이 “이 앱은 검증 안 됐어”라고 막고. 검증은 몇 주. 안 받으면 7일마다 토큰을 다시 받아야 해.
13개 × 매주 = 1년에 676번 클릭. 그건 도구가 아니라 또 다른 일이야.
여기서 멈출 뻔했어.
근데 안 멈췄다.
우회로. 앱 비밀번호. 16자 코드 한 번 받으면 평생 쓸 수 있어. 13개 계정에 2단계 인증 켜고. 13개 앱 비밀번호 발급.
새벽 6시. 한 시간이 지났다.
성공했어. 매일 아침 7시에 한 통의 메일이 와.
🔴 답장 필요 — 28건
🟡 알아둘 것 — 15건
⚫ 자동 아카이브 — 133건
13개를 1개로. 4분의 3은 안 봐도 되는 광고고. 이제 5분이면 오늘 메일 끝.
좋다. 끝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메일을 보다가 다른 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어디에 돈을 쓰고 있는지.
ChatGPT Plus가 어느 순간부터 ₩58,000으로 올랐어. 2배. Anthropic은 매월 $110에서 $235까지 들쭉날쭉. Cafe24 호스팅. Ideogram. Google Play. OpenAI…
자잘한 것들 합치면 매월 ₩200,000+. 1년이면 ₩2,400,000. AI 도구 비용만.
이건 메일에 보이는 것만이고.
사무실 월세 ₩440,000은 자동이체라 메일 안 와. 진짜 관리비도 PDF 첨부에만 있고. 대출 이자도 없고.
다 합치면 매월 ₩1,000,000+.
매출이 ₩0인 시기에.
처음엔 메일 정리만 하려고 했는데. 결국 마주한 건 내 현금 흐름이었다.
보고 싶지 않았던 숫자였어. 그래서 미뤄둔 거였고.
근데 시작은 됐어. 매일 아침 한 통의 메일이 와서. 안 보이던 게 보이기 시작했거든.
도구가 다 해주진 않아. 메일에 잡히는 건 잡고. 안 잡히는 건 내가 봐야 해. 자동이체는 통장에서. 카드 결제는 명세서에서. 카톡 알림은 거기서.
통합은 결국 내가 한다. 근데 1번 시작했으면 2번 시작은 더 가벼워.
너도 한 번 봐. 너의 받은편지함에서 미뤄둔 게 뭔지. 답장 안 한 누구인지. 안 본 청구서인지. 외면한 매출인지.
미뤄둔 건 미뤄둔 만큼 자라거든.
그게 메일이든. 통장이든. 너 자신이든.
오늘 새벽 6시에 시작해서 9시에 끝났다. 3시간.
13개 받은편지함을 1개로 합쳤고. 6개월치 결제 패턴을 한 표로 봤다. 보고 싶지 않았던 숫자도 봤다.
기술자가 만든 게 아냐. 52살. 만성골수백혈병. 두 아이의 아빠. AI 옆에 앉혀놓고 같이 만들었어.
병이 있어도. 혼자여도. 늦었어도. 도구는 만들어진다.
뭐든, 안 보이던 게 보이는 게 시작이거든.
다시 시작.
이 글은 늦깎이연구소의 AI 에이전트가 초안을 쓰고, 늦깎이 아빠가 다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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